저희 T-sound는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rock 밴드입니다. 현직 교사라는 말은 현재 직업이 다들 학교 선생이라는 얘기입니다.
초등학교 2명, 중학교 2명, 고등학교 1명의 다양한 교사들로 구성되었고, 기간제 교사나 시간제 강사처럼 계약직 교사가 아닌 국가 임용고시에 합격한, 법으로 신분이 보장되고 정년이 보장된 교육공무원들입니다.
모두들 학급의 담임을 맡고 있으며 낮에는 여느 교사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음악이 너무 좋아 교직에 들어오기 전부터 대학 밴드 등을 통해 음악생활을 해 왔었고, 교직에 들어와서도 교사들끼리¡®나디아¡¯라는 이름 아래 팀을 구성하여 연주하고 활동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의 곡들만 카피하는데 염증을 느끼고 욕심이 생겨 자작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보다 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rock 밴드라고 했지만 어느 한 장르에 얽매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동안 저희가 자라면서, 그리고 밴드를 하면서 가장 많이 접했던 음악이 rock 음악이라 rock 음악이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곡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노래 부르는 보컬이 랩이나 힙합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앞으로도 rock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를 혼합하거나 넘나들며 곡을 쓸 생각입니다.
저희 팀의 장점은 첫째, 서로의 인간관계가 굉장히 좋다는 것입니다. 술과 음악으로 엮여진 의남매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같이 음악생활 한 시간이 4년 정도입니다. 어느 한 사람도 독단적이거나 고집 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논의사항이 만장일치로 결정될 정도로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합니다. 곡을 쓰고 편곡을 하는 과정이나, 녹음을 하고 믹싱 및 마스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조차 단 한 번의 의견충돌도, 감정이 드러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이는 앞으로의 활동에서도 계속 마찬가지일 거라고 리더로서 감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저희는 생계를 위해서 음악을 하지 않습니다. 생계를 위해 음악을 하게 되면 보다 좋은 조건이 주어질 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일도 하게 될 수 있고, 그러다가 팀 내 불화가 생기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저희는 생계와 직업이 보장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음악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습니다.
셋째, 군문제의 걱정이 없습니다. 남자 멤버 둘은 이미 현역을 다녀왔고, 제일 어린 보컬은 아직 미필이지만 취득한 자격증으로 방위산업체에서 병역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군 생활 동안에도 음악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넷째, 곡이 금방 완성되어 나옵니다. 저희가 곡을 쓰는 방식은 지금까지는 드러머인 제가 곡을 쓰고 편곡까지 다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별히 수정을 요구할 경우에만 수정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곡이 나오는 대로 연습을 하고 녹음을 하기 때문에 진행이 빠른 편입니다. 보통 곡을 쓰고 멤버들이 자기 파트 편곡을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고, 작곡자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곡이 흘러가 마찰을 빚고 완성이 더디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거의 한 사람이 편곡을 하고 멤버들은 거기에 신뢰를 하기 때문에 별다른 마찰이 없습니다.
이제 보컬도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신곡이 더욱 자주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싱글로 발매하려는 네 곡 외에도 아직 녹음 안 한 세 곡 정도가 더 작곡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사 밴드라는 것입니다. 현직 교사들이 모여서 밴드를 결성하는 일은 있어도 앨범을 내고 프로무대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일입니다. 다른 나라에서조차 아직은 선례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교사 밴드가 음악도 잘한다면? 게다가 곡의 메시지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강한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면? 숨 막히는 교실에서 경쟁을 강요당하고 자유를 구속받는 학생들의 심리를 대변해 준다면?
그것도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말입니다.
우리나라 초, 중, 고등학교 교사 전체의 수는 10만 정도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배우는 초, 중, 고등학생의 수는 얼마일까요? 그들이 우리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면 사회적인 이슈나 파장은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어떻습니까?
매력 있지 않습니까?
저희가 젊음의 호기를 부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활동하고 말 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직업은 교사이지만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저희는 슬기롭게 해쳐왔고 이제 그 꿈을 실현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있습니다. 하지만 자만하지는 않습니다. 매 싱글 앨범마다, 매 정규 앨범마다 사회적으로 이슈 될 수 있는 곡을 좀 더 자주 쓰겠습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교육적 문제들을 이용해 상업화하는 속물은 되지 않겠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공부해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인디 밴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인디씬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모한 짓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젠가, 위험한 오지만 골라서 탐험하는 한비야 씨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것이 자기의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음악을 해서 성공할지 못할지는 차후의 문제이고, 저희가 도전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슴을 뛰게 할 뿐 아니라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의 음악으로 인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저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sound 리더이자 작곡자, 드러머 주선태